문예지발표작

헹거 / 강미영

자크라캉 2010. 3. 9. 04:16

 

 사진<대구텐인텐>님의 카페에서

 

 

거  강미영

 

H

직각환상에 빠진 채

담장을 짚고 있는

한쪽 팔에 걸린 하루가 사라진다

바른 생활만 맞대고 있는데

서로 가슴을 맞대고 있는데

 

h

몸 난간은 우물해, 너 어깨에 목을 걸며

아무리 곡선을 그리워해도 나는

운명을 약속하기도 하다가

평생 수직에서 빠져나오려고 해도

 

Ĥ

뼈 속에서 계절이 바뀌고

다사 옷을 걸치며

서로의 가슴에 팔을 넣어도

앞모습과 뒷모습이 바뀌어도

매번 죽고 매번 살아나는

하루가 되겠지만

 

ĥ

겨드랑이 안쪽으로 햇살이 쨍그랑거릴 것이다

수 천 갈래의 계절이 죽어갈 것이다

혈관을 이은 야윈 뼈의 길

찾아가다가

삭아 부서져 내리는

철골이 될 것이다

 

H

온 몸을 팽팽하게 조이는 일은

h는 모르게

나는 모르게

차가움이 섬뜩하게 퍼져올 것이고

행간인지 행거인지를 이동하며

두꺼워지는 허물들

매일 몸이 되어가는

 

 

출처 :  2010년 『시와반시』봄호. p.316. <다시 읽고 싶은 시> 중에서

 

 

[약력]

강미영

- 시와세게로 등단

- 시와세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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