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구텐인텐>님의 카페에서
헹거 / 강미영
H
직각환상에 빠진 채
담장을 짚고 있는
한쪽 팔에 걸린 하루가 사라진다
바른 생활만 맞대고 있는데
서로 가슴을 맞대고 있는데
h
몸 난간은 우물해, 너 어깨에 목을 걸며
아무리 곡선을 그리워해도 나는
운명을 약속하기도 하다가
평생 수직에서 빠져나오려고 해도
Ĥ
뼈 속에서 계절이 바뀌고
다사 옷을 걸치며
서로의 가슴에 팔을 넣어도
앞모습과 뒷모습이 바뀌어도
매번 죽고 매번 살아나는
하루가 되겠지만
ĥ
겨드랑이 안쪽으로 햇살이 쨍그랑거릴 것이다
수 천 갈래의 계절이 죽어갈 것이다
혈관을 이은 야윈 뼈의 길
찾아가다가
삭아 부서져 내리는
철골이 될 것이다
H
온 몸을 팽팽하게 조이는 일은
h는 모르게
나는 모르게
차가움이 섬뜩하게 퍼져올 것이고
행간인지 행거인지를 이동하며
두꺼워지는 허물들
매일 몸이 되어가는
출처 : 2010년 『시와반시』봄호. p.316. <다시 읽고 싶은 시> 중에서
[약력]
강미영
- 시와세게로 등단
- 시와세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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