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산수유라는 책/ 이기철

자크라캉 2010. 3. 9. 23:36

 

사진<들꽃사랑>님의 블로그에서

 

수유라는 책 / 이기철

 

 

산수유에게도 말하고 싶은 입이 있는지

그 노란 언저리에

이야기가 두 권이다

읽어도 읽어도 끝나지 않는

봄나물 같은 이야기가

페이지마다 한 가득이다

햇살 올 때까지만

그늘을 빌려줘도

귓속에는 이야기가 한 밭뙈기다

 

저고리 고름 떨어질라

너무 당기지는 말아라

그 샛노란 저고리 반나절만 빌려 입었으면

닷새장에라도 남보란 듯 다녀오겠다

나보다 먼저 온 병아리도

제 먼저 빌려 입겠다고 종종이는 대낮

오늘은 작파하고

한 솥 가득 속이 노란  

고구마나 삶고 싶은 봄날이다

 

2010년《문장웹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