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들꽃사랑>님의 블로그에서
산수유라는 책 / 이기철
산수유에게도 말하고 싶은 입이 있는지
그 노란 언저리에
이야기가 두 권이다
읽어도 읽어도 끝나지 않는
봄나물 같은 이야기가
페이지마다 한 가득이다
햇살 올 때까지만
그늘을 빌려줘도
귓속에는 이야기가 한 밭뙈기다
저고리 고름 떨어질라
너무 당기지는 말아라
그 샛노란 저고리 반나절만 빌려 입었으면
닷새장에라도 남보란 듯 다녀오겠다
나보다 먼저 온 병아리도
제 먼저 빌려 입겠다고 종종이는 대낮
오늘은 작파하고
한 솥 가득 속이 노란
고구마나 삶고 싶은 봄날이다
2010년《문장웹진 3월호》
'문예지발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성동九城洞 / 이진명 (0) | 2010.03.09 |
---|---|
두루마리 휴지가 조금 남았을 때 / 이진명 (0) | 2010.03.09 |
식탁은 불후의 명작 한 편이다 / 이 기 철 (0) | 2010.03.09 |
헹거 / 강미영 (0) | 2010.03.09 |
숫자를 세다 / 천양희 (0) | 2010.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