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자화상自畵像 / 윤동주

자크라캉 2010. 2. 5. 19:06

 

 사진<나무향기 숲>님의 카페에서

 

 

화상自畵像 /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 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밟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 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 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밟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시집「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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