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이방인 / 김영승

자크라캉 2010. 2. 22. 13:42

사진<(사)어린도서연구회일산지회(일산동화읽는 어른)>님의 카페에서

방인 / 영승 

 

 

 버스비 900원

 버스 타서 죄송하다고

 백배사죄(百拜謝罪)하며 내는 돈

 

 화장실 100원

 오줌 눠서 죄송하다고

 백배사죄하며 내는 돈

 

 아들 고등학교 신입생 등록금

사십오만 구천오백팔십 원

 학교 다녀 죄송하다고

 백배사죄하며 내는 돈

 

 상갓집 부조금 3만 원

 살아 있어 죄송하다고

 백배사죄하며 내는 돈

 

 공중전화 100원

 말 전해서 죄송하다고

 백배사죄하며 내는 돈

 

 돼지고기 한 斤 8,000원

 처먹어서 죄송하다고

 백배사죄하며 내는 돈

 

 서러움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죽을 수 있는 것이다

 恨이 있기 때문에

 

 함소입지(含笑入地)할 수

 있는 것이다

 

 

 

 [출처 : 시집<화창> 2008.세계사]

 

     [시인약력]

   - 1958년 인천 출생

   - 1986년 세계의 문학 가을호 등단.

   - 현대시작품상 수상.

 

 

  ※함소입지(含笑入地):웃음을 머금고 땅 속에 들어 가는 것(웃으며 죽을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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