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시

오리무중 / 고형렬

자크라캉 2010. 1. 2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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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팀엘란>님의 카페에서

 

리무중  / 고형렬

 

 

등대가 울 때는

마치 등대가 길을 찾는 것 같다

안개가 자욱히 부엌과 변소를 먹고

언덕 전주도 잠종비적했을 때

버스는 간성으로 잘 가는가 불을 켜고

고개를 도는지

차라리 비라도 되어 쏟아졌으면

우리들 마음은 그러지

지척이 뚫리지 않아서 사라지면 있지를 않으니

이웃은 악상을 당하는가

이 길로 들어가면

수십 년 있어온 판장 가는 골목길

영천이 집 분도 열려 있을 것인지 우리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영화 프로가 잘 안 보이도록

수복 지구 안개는 오늘도

작은 모든 관공서를 가리고 한낮에도

각자 그 속에서 불을 켜 달고

그럴 때 속초는

울고 우는 등대 하나만 존재하는 것 같고

바다도 산도

남도 북도 없는 것 같았다

이웃들은 박봉의 직장과 축항으로 나가고 우리는

제비 때처럼 철길을 따라

작은 물방을에 얼굴 젖어 온통

돌아오곤 하였다 누군 삽을 들고 누군 니야까를 끌고

그 안개 얼마나 멀리까지 울어대는

등대 고통 소리에

귀가 멍멍해서 들앉아 있었다

앞바다 무쩍 쏟아지는 녹슨 햇살에

뚫리며 더위가 되려는 안개 안개

자욱히 올라온 마당을 내다보며

 

 

 

[시인약력]

고형렬 1954년 출생지 속초, 초등학교 시절 남쪽 바다 해남 할머니집에서 살았다. 1979년 '현대문학'에 시 '장자'를 발표하면서 시인이 된 그는, 첫 시집 '대청봉 수박밭(1985)'과 더불어 '해청(1987)', '해가 떠올라 풀이슬을 두드리고(1988)','서울은 안녕한가(1991)', 3인 시집 '포옹(1993, 김정환, 하종오 공동시집)', '사진리 대설', '바닷가의 한 아이에게', '마당식사가 그립다', '성에꽃 눈부처(1998)', '김포 운호가든집에서(2001)' ,'밤 미시령(2006)'등의 시집과 장시집 '리틀 보이(1995)', 동시집 '빵 들고 자는 언니(2001)', 장편 산문 '은빛물고기', '시속에 꽃이 피었네', 어린이를 위한 시경 '아주 오래된 시와 사랑 이야기'와 아시아 11인시 앤솔러지 '얼마나 분명한 작은 존재들인가' 등이 있다.

그는 때묻지 않은 감수성으로, 일상적인 삶과 그가 바라는 무욕의 세상을 담담하고 겸손하게 그려내거나, 혹은 분단상황에 대한 작가로서의 진심 어린 걱정과 함께 통일의 꿈을 펼쳐 보이기도 했다. 불교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무상을 넘어서>의 진행을 맡아 시 읽는 즐거움, 시인 만나는 기쁨을 청취자들에게 나누어주었고, 창작과비평사에 몸 담고 있었으며, 명지전문대 문창과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시인들이 함께 만드는 계간지 '시평'을 발행하여 국내와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시인들에게 행복한 시어의 장(場)을 마련해주고 있다.  제3회 지훈문학상, 일연 문학상, 백석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인물대상(문예)등을 수상했다.

현재 유심지에 장시 '붕새'를 연재중이며, 시월부터 '고형렬 시교실(서울)'을  개정할 예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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