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레퀴엠 발데스섭[뮤즈]길드>님의 카페에서
구화(口話) / 이성복
1
앵도를 먹고 무서운 애를 낳았으면 좋겠어
걸어가는 詩가 되었으면 물구나무 서는
오리가 되었으면 嘔吐하는 발가락이 되었으면
발톱 있는 감자가 되었으면 상냥한 工場이
되었으면 날아가는 맷돌이 되었으면 좋겠어
죽고 싶어도 짓궂은 배가 고프고
끌려다니며 잠드는 그림자, 이맘때 먼 저 별에 술 한잔 따르고 싶더라 내 그리움으로
별아, 네 미끄럼틀을 만들었으면 좋겠어
2
나는 아침 이슬 李氏 노을에 걸린 참새가
내 엄마 나는 껍질 벗긴 소나무 진물
흘리며 꿈꾸고 있어 한없이 풀밭 위를
달리는 몸뚱이 體位를 바꾸고 깊어 正敎會의
돔을 세우고 싶어 體位를 바꾸고 싶어
느낌표와 송곳이 따라와 노래의 그물에
잡히기 전에 어디 숨고 싶어 體位를 바꾸고
싶어 돋아나는 뾰루지 속에 병든 말이
울고 있어 병든 말을 끌어안고 임신할가봐
지금은 다만 體位를 바꾸고 싶어
3
모든게 神秘였다 길에서 오줌 누는 여자아이와
곱추 남자와 電子時計 모든 게 神秘였다 채찍 맞은
말이 길게 울었다 모든게 神秘였다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고, 그러나 죽지 않을 만큼 짓이겼다
모든 게 神秘였다 사랑의 힘 죽음의 힘 죽은 꽃의 힘
모든 게 神秘였다
삼백 육십 오일 駱駝는 타박거렸다
얼마나 멀리 가야 하나 얼마나 가까이 있어야 하는가
4
그날 아침 내게는 돈이 있었고 햇빛도
아버지도 있었는데 그날 아침 버드나무는
늘어진 팔로 무언가 움켜잡지 못하고
그 밤이 토해 낸 아침 나는 울고 있었다
그날 아침 거미줄을 타고 大型 트럭이
달려오고 큰 새들이 작은 새의 눈알을
찍어 먹었다 그날 아침 언덕은 다른 언덕을
뛰어넘고 다른 언덕은 또 다른 언덕을 뛰어넘고
병든 말이 앞발을 모아 번쩍, 들었다 그날
아침 배고픈 江이 지평선을 핥고 내 울음은
동전처럼 떨어졌다
5
먼 나라여
地圖가 감춘 나라여 덧없음의 없음이여
뒤집어진 車바퀴가 헛되이, 구르는 힘이여
먼 나라여
오래 보면 먼지나는 길에도 물결이 일고
길 가던 사람이 풀빛으로 변하는, 먼 나라여
6
여섯살도 채 안되어 개구리 헤엄을 배웠어
자꾸만 물 속으로 가라앉았지 깨진 유리병이
웃고 있었어 그래 나는 엄마를 불렀고
물결이 나를 넘어뜨렸지 내 이름을 삼켰어
배꼽이 우렁이처럼 열리고 내 팔을 깨물었어
피리 소리가…… 밀밭에선 죽은 개가 울고
여러 번 낫질해도 안 쓰러지던 그림자 나는
宇宙보다 넓은 房에 갇혀 있었지 간혹
비행기가 삐라를 뿌렸어 양귀비꽃이 食道를
거슬러 올라왔어 입과 肛門 사이 사랑은
交流로 흐르고 미치기 위해 나는 굶었지
순박한 사람들이 날으는 나를 돌로 후려치고
그래 나는 돌과 함께 떨어졌고 그래 나는
汽車에 뛰어 올랐지 그래, 나는 故鄕을 떠났어
'참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칸나 / 송준영 (0) | 2010.01.18 |
---|---|
그 저녁은 두 번 오지 않는다/ 이면우 (0) | 2010.01.18 |
어두운 일산 / 김정환 (0) | 2009.11.22 |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 고두현 (0) | 2009.10.27 |
그 여자 /오규원 (0) | 2009.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