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빛담는 자루...>님의 http://vizzaru.tistory.com/56에서
[2009년 경제신춘문예 가작]-[제4회 대한민국 경제올림피아드]
([2009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호모 오토모빌리스Homo automobilis’ 당선자)
하루살이 / 정인숙
목화밭에서 옷가게까지 27,200킬로미터를 편력하며 모양새 잡힌 청바지를 입고, 20개의 나라에서 모아온 부품들로 짜 맞춘 깔끔한 디자인의 의자에 앉아, 묵은 된장냄새 몰아낸 짙은 커피향기 들이키며, 영어와 함께 버무린 한국말을 집어 들고 순한국적인 정치사회상을 씹는 이 아침에서
상품과 자본, 광고와 구호가 휘몰아치는 세계의 거리를 돌아 나와
할머니 장독간에서 곰삭은 옛 시절을 뒤척이는 한밤까지
몽고의 초원에는 바람이 말갈기를 쓸고
소말리아의 모래바람은 검은 아기의 눈을 파고
에티오피아의 커피는 익고
아프간의 양귀비 둥근 열매 맺고
중동의 사막도시에는 물이 흐르고
북극의 빙산은 녹고
떠나간 청춘이 폐광의 깊은 갱도를 헤매는 동안 분주한 중년의 업무가 궤도에 오르는데, 하늘은 태엽을 감고 땅은 돌아 사람의 행렬이 부르는 긴 노래 한 곡을 틀어놓은 건 언제였더라?…
지휘자도 청취자도 없이 불협화음의 장엄한 합창이 제 멋에 겨워 제 설움에 절어 삐걱대는 선율 위로 하루살이 찬란한 날갯짓이 퍼덕인다.
쟁기를 끄는 소의 힘으로 갈아야 할 지평인 오늘 위로, 노동과 소비가 넘실대는 이랑 따라 출렁거리는 햇살 받으며, 내일을 찾아 두렁길 위에 선 사람들 어깨마다……
다음은 주최 측의 심사평입니다.
“결국 정인숙의 '하루살이' 외 6편이 최종심에 올랐다.?정인숙씨의 작품 대부분이 글로벌적 상상력으로 가득차 있다. 프랑스 정치상황을 빗댄 '푸른 장미' 같은 경우 시적 표현이나 문장력이?매우 뛰어났으나 여타 작품들의 전체적인 수준이 고르지 못한 흠결을 보여 그 중 '하루살이'를 가작으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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