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인

처서(處暑)지나고 / 김춘수

자크라캉 2008. 12. 1. 10:12

 

사진<안치환과자유 팬카페>님의 카페에서

 

(處暑)지나고  / 김춘수


處暑 지나고
저녁에 가랑비가 내린다.
泰山木 커다란 나뭇잎이 젖는다.
멀리 갔다가 혼자서 돌아오는
메아리처럼
한 번 멎었다가 가랑비는
한밤에 또 내린다.
泰山木 커다란 나뭇잎이
새로 한 번 젖는다.
새벽녘에는 할 수 없이
귀뚜라미 무릎도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