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인

꿈과 벼룩을 위한 듀에트 / 김춘수

자크라캉 2008. 10. 8. 13:01

 

                                사진 <가수강승우그리고음악향기>님의 카페에서

 

과 벼룩을 위한 듀에트 / 김춘수
 
  
Ⅰ 가을, 밝은 날 

  꿈속은 비어 있다.
  껍질속에 꿈이 있다.
  백날을 해가 들지 않고
  백날을 달이 뜨지 않았다.
  껍질을 벗고 나오면
  꿈은 빈 자리에 소문만 남는다.
  그 서운함
  하늘만한 가슴이 안아준다
  저기 저
  
  
Ⅱ 아득하구나 

  벼룩아
  기억하고 있겠지,
  온몸으로 네가 빤
  내 피는 뜨뜻했다고,
  아득하구나,
  죽어서 이젠 풀매미가 된
  너,
  너는 또 기억하고 있겠지,
  겨우내 널 숨겨준
  등잔 밑 어둠,
  어둠의 그
  눈곱만한 溫氣를,
  벼룩아
  그게 얼마나
  네 콧등을 새금하게 했는데,


* <현대문학 2000년 6월호>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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