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가수강승우그리고음악향기>님의 카페에서
꿈과 벼룩을 위한 듀에트 / 김춘수
Ⅰ 가을, 밝은 날
꿈속은 비어 있다.
껍질속에 꿈이 있다.
백날을 해가 들지 않고
백날을 달이 뜨지 않았다.
껍질을 벗고 나오면
꿈은 빈 자리에 소문만 남는다.
그 서운함
하늘만한 가슴이 안아준다
저기 저
Ⅱ 아득하구나
벼룩아
기억하고 있겠지,
온몸으로 네가 빤
내 피는 뜨뜻했다고,
아득하구나,
죽어서 이젠 풀매미가 된
너,
너는 또 기억하고 있겠지,
겨우내 널 숨겨준
등잔 밑 어둠,
어둠의 그
눈곱만한 溫氣를,
벼룩아
그게 얼마나
네 콧등을 새금하게 했는데,
* <현대문학 2000년 6월호>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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