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인

못 / 김춘수

자크라캉 2008. 12. 1. 10:01

 

사진<여전히 작은 울림이고 싶은>님의 블로그에서

 

  /  김춘수


술에 마약(麻藥)을 풀어
어둠으로 흘리지 마라.
아픔을 눈 감기지 말고
피를 잠 재우지 마라.
살을 찢고 뼈를 부수어
너희가 낸 길을 너희가 가라.
맨발로 가라.
숨 끊이는 내 숨소리
너희가 들었으니
엘리엘리나마사막다니
나마사막다니
시편(詩篇)의 남은 귀절은 너희가 잇고,
술에 마약(麻藥)을 풀어
아픔을 어둠으로 흘리지 마라.
살을 찢고 뼈를 부수어
너희가 낸 길을 너희가 가라.
맨발로 가라. 찔리며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