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품들

여게가 도솔천인가 / 문채인(문성해)

자크라캉 2008. 11. 2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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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화90회>님의 카페에서

 

[제1회 수주문학상 대상]

 

게가 도솔천인가 / 문채인(문성해)

 

칠성시장 한켠

죽은 개들의 나라로 들어선다

누렁개,흰 개 할 것 없이 검게 그슬린 채

순대처럼 중첩되어 누워 있는 곳

 

다 부질없어라.

살아서 쏘다녔던 거리와

이빨을 드러내던 증오

쓰레기통 뒤지던 욕망들이

결국은 이 몇 근의 살을 위해 바쳐진 것이라니.

 

뒹구는 눈알들은 바라본다.

뿔뿔이 흩어져 잘려 나가는 팔다리와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날렵하게 춤추는 저 검은 칼을,

 

이제는 검은 길을 헤매 다니는 일은 없을 거야

발길에 차여 절뚝거리는 일도

마음에도 없이 꼬리 흔드는 일은 더더욱

 

좌판들 위에서

꾸덕꾸덕해진 입술들이 웃는다.

이제는 물고 뜯는 일 없이 한통속이 된

검은 개들의 나라에서

 

살아서 오히려 근심 많은 내가

거추장수런 팔다리 휘적이며 걸어간다.

 

<수주문학상 10주년 수상시집>

 

 

[문성해 시인]


1963년 경북 문경 출생

영남대학교 국문과 졸업

199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05년 시집 <자라> 창비

 2007년 시집 <은근한 소용돌이> 랜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