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rista4914>님의 블로그에서
[2008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코스모스 / 송찬호
지난 팔월 아라비아 상인이 찾아와
코스모스 가을 신상품을 소개하고 돌아갔다
여전히 가늘고 긴 꽃대와 석청 냄새가 나는 꽃은
밀교에 더 가까워진 것처럼 보였다
헌데 나는 모가지가 가는 꽃에 대해서는 오래 바라보다
반짝이는 조약돌 하나 얹어두는 버릇이 있다 코스모스가 꼭 그러하다
가을 운동회날 같은 아침 조무래기 아이들 몇 세워놓고
쉼없이 바람에 하늘거리는 저 근육 없는 무용을 보아라
이제 가까스로 궁티의 한 때를 벗어났다 생각되는 인생의 오후,
돌아보면 젊은 날은 아름답다 코스모스 면사무소 첫 출근날
첫 일과가 하늘 아래 오지의 꽃밭을 다 세는 일이었던,
스물한 살 지방행정서기보
바람의 터번이 다 풀렸고나 가을이 길어간다
대체 저 깊고 푸른 가을 하늘의 통점은 어디인가
나는 오늘 멀리 돌아다니던, 생활의 관절
모두 빠져나간 무릎 조용히 불러 앞세우고
코스모스길 따라 뼈주사 한 대 맞으러 간다
[송찬호 시인]
1959년 충북 보은에서 출생, 경북대 독문과를 졸업.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 6호에 <금호강> <변비> 등을 발표하면서 시단에 등장.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붉은 눈, 동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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