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뷰파인더로 보는세상>님의 카페에서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시집 : 우리가 물이 되어, 1986」
'시집 속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이 내리느니 / 김동환 (0) | 2008.07.24 |
---|---|
역마차 / 김철수 (0) | 2008.07.24 |
바깥에 갇히다 / 정용화 (0) | 2008.07.22 |
사물 A와 B / 송재학 (0) | 2008.07.08 |
불면 1 / 심재상 (0) | 2008.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