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헨, 혹은 하이마트 / 김춘수
하룻밤에 꿈을 세 번이나 꾼다.
첫 번째 꿈에 나는 소년이 된다.
탱자나무 울이 있고
샛노란 죽도화가 핀 길을 간다.
저만치 한 소녀가 간다.
가도가도 우리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두 번째 꿈에서는
시집와서 일 년이 된 아내가
첫 아이를 낳고
하늘하늘 어디로 날아갈 듯
얼굴이 새로 피어난다.
세 번째 꿈에 나는 또 길을 간다.
탱자나무 울이 있고 샛노란 죽도화가 피어 있는
그 길이다. 그때처럼
저만치 가고 있는 한 소녀가
갑자기 얼굴을 돌린다. 육십 년 전
아내의 얼굴과 조용히 포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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