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인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김춘수(金春洙)

자크라캉 2008. 7. 19. 01:28
사진<남향문학회>님의 카페에서
 
 
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金春洙)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三月)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정맥(靜脈)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수만(數千數萬)의 날개를 날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삼월(三月)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