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인

꽃을 위한 서시 / 김춘수

자크라캉 2008. 7. 22. 19:18

                                    사진<가슴이 허락한 시간>님의 카페에서

을 위한 서시  / 김춘수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 드는 이 무명(無明)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 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