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카톨릭 시니어 아카데미>님의 카페에서
나의 하나님 / 김춘수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늙은 비애다.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시인 릴케가 만난
슬라브 여자의 마음속에 갈앉은
놋쇠 항아리다.
손바닥에 못을 박아 죽일 수도 없고 죽지도 않는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또
대낮에도 옷을 벗는 여리디 여린
순결이다.
삼월에
젊은 느릅나무 잎새에서 이는
연두빛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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