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http://blog.daum.net/yeehai 奪魄劍魔 >님의 블로그에서
묘정(廟庭)의 노래 / 김수영
1.
남묘(南廟) 문고리 굳은 쇠문고리
기어코 바람이 열고
열사흘 달빛은
이미 과부의 청상(靑裳)이어라
날아가던 주작정(朱雀星)
깃들인 시전(矢箭)
붉은 주초(柱礎)에 꽂혀 있는
반절이 과하도다
아아 어인 일이냐
너 주작의 성화(星火)
서리 앉은 호궁(胡弓)에
피어 사위도 스럽구나
한아(寒鴉)가 와서
그날을 울더라
밤을 반이나 울더라
사람은 영영 잠귀를 잃었더라
2.
백화(白花)의 의장(意匠)
만화(萬華)의 거동이*
지금 고요히 잠드는 얼을 흔드며
관공(關公)의 색대(色帶)로 감도는
향로의 여연(餘烟)이 신비한데
어드메에 담기려고
칠흑의 벽판에(璧板) 위로
향연(香蓮)을 찍어
백련(白蓮)을 무늬 놓는
이 밤 화공의 소맷자랏 무거이 적셔
오늘도 우는
아아 짐승이냐 사람이냐.
(1945년)
*주(註) 5연 2행 초판에<만화의 거동이>이로 잘못된 것을 원고에 근거해<만화의 거동의>로
바로 잡았다
출처 : 2005년 개정판 <김수영 전집> 민음사
'김수영 시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자의 생활난 / 김수영 <해설 송준영> (0) | 2007.11.06 |
---|---|
[스크랩] 문맥을 모르는 시인들/김수영 (0) | 2007.09.20 |
사 랑 / 김수영 (0) | 2007.09.16 |
나는 김수영이 두렵다./-시인 김수영에게 바치는 오마주- (0) | 2007.09.16 |
“에비”가 지배하는 文化 / 김수영과 이어령의 논쟁 (0) | 2007.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