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수영이 두렵다. -시인 김수영에게 바치는 오마주- 우리시단 백년사에 위대한 시인이 나오지 않았다고 하던 어느 원로문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나약하기 짝이 없는 내가 술이나 처먹고 비틀거릴 때마다 김수영은 팽이를 빳빳하게 세우듯 채찍질을 한다. 무슨 달나라의 장난질을 치듯 핑핑 도는 나에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잠시도 서있기 힘든 요통처럼 나의 눈에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 그 서슬 퍼런 바늘 침으로 빙글 빙글 도는 나의 동공에 피눈물이 쏟아지라고 김수영은 침을 뱉는다. 어떤 눈물도 그 어떤 피눈물도 눈에 박힌 침을 뽑아내질 못한다. 마당으로 천정으로 지천으로 흰자위가 뒤덮어 하얀 새하얀 자위 침을 뱉는다. 나는 결코 울어야 할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팽이가 돈다. 그 뾰족한 끝으로 세계을 지탱하면서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돌면서 나를 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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