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지하 1F에 대해서 / 김행숙

자크라캉 2007. 7. 9. 14:49

 

 

 

 

 

 

 

 

 

 

 

 

 

 

 

 

 

 

 

 

 

 

 

 

 

 

 

 

 

 

 

 

                                     사진<신뱅이 김치 사랑방>님의 케페에서

 

하 1F에 대해서  / 김행숙


  여기서는  네 개의 층을 볼 수 있다.  옥상은 쏟아질 듯
한 산을 밀어내고 있다. 대성고등학교 건물 일층과 지층
은 한남연립 마동이 가리고 있다.
  지하에 대해서라면  한남연립 마동 베란다에서 욕망할
문제가 아니다.  나는 당신의 지하를  구셩할 수 있는 베
란다를 욕망한 때가 있었다.  거기서도 널어놓은 팬티는
잘 마르는가?

  당신은 방학 중인가?  대성고등학교  남자애들은 방학
중이다.  빈 교실에 왜 커튼은 마스크처럼 입을 막는가?
당신은 정말 방학 중인가? 혹시?

  마스크 뒤에서 사내애가 자위를 하고 있다.  나는 세상
에 꼴리는 게 많아. 이유 따위는 없어. 입을 조금 열었지
만 그는 불특정한 남자 고등학생일 뿐이었다. 커튼이 약
간 구겨졌다가 괜찮아, 하면서 팽팽해졌다.

  학교 옥상은  죽지 않고 병신이 될까봐  무서운 곳이었
다. 당신은 어디 있는가? 나는 갈 데까지 갔어도 당신의
지하를 구경할 수 있는 베란다는 욕망의 영역이다.

  나는  저녁에  화분을 사러 갈 것이다.  나는  베란다의
여자답게 꽂힐 것이다. 물 주러 오는 남자는 병신이다.


시집 『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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