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부리가 붉은 새 / 백무산

자크라캉 2007. 7. 4. 16:41

 

사진<서로의 인정을 나누는 방>님의 블로그에서

 

리가 붉은 새 / 백무산

 

부리가 붉은 새여,
하늘을 날 때와 둥지에 앉을 때
어느 때를 위해 사는가

꿈을 좇을 때와 생활에 충실할 때
어느 때를 위해 사는가
어느 때가 일상이며 어느 때가 꿈이냐

너도 수없이 부수고 꺾이었느냐
날개가 둥지를 부수고
둥지가 날개를 꺾어버리는 일을
너도 수없이 당했느냐

부리가 붉은 새여,
다리가 잘리고 날개만 있다면
날개 꺾이고 다리만 남는다면
하늘에도 무서운 적이 있고 땅에도 덫이 있는데
마음엔 숨겨진 비겁함이 도사리고 있는데
언제나 날고 언제나 둥지를 틀 수 있는
네 자유는 어떻게 얻은 것이냐
어디서 그런 자유를 물고 온 것이냐

내 하루의 하늘이 손바닥만한 창살인데
쇠창살에 앉아 날개 쉬는 부리가 붉은 새여 새여
역광을 받은 네 날갯짓이 눈부시구나
얼마를 싸워서 이긴 자유이기에
부리가 그토록 붉고 붉은가 

                     -1996 <인간의 시간> 창작과 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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