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충주 산행담소>님의 커페에서
외면 / 이병률
받을 돈이 있다는 친구를 따라 기차를 탔다 눈이 내려 철길은 지워지고 없었다
친구가 순댓국집으로 들어간 사이 나는 밖에서 눈을 맞았다 무슨 돈이기에 문산까지 받으러 와야 했냐고 묻는 것도 잊었다
친구는 돈이 없다는 사람에게 큰소리를 치는 것 같았다 소주나 한잔하고 가자며 친구는 안으로 들어오라 했다
몸이 불편한 사내와 몸이 더 불편한 아내가 차려준 밥상을 받으며 불쑥 친구는 그들에게 행복하냐고 물었다 그들은 행복하다고 대답하는 것 같았고 친구는 그러니 다행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언 반찬그릇이 스르르 미끄러졌다
흘끔흘끔 부부를 훔쳐볼수록 한기가 물려와 나는 몸을 돌려 눈 내리는 삼거리 쪽을 바라보았다 눈을 맞은 사람들은 까칠해 보였으며 헐어 보였다
받지 않겠다는 돈을 한사코 식탁 위에 올려놓고 친구와 그 집을 나섰다 눈 내리는 한적한 길에 서서 나란히 오줌을 누며 애써 먼 곳을 보려 했지만 먼 곳은 보이지 않았다
요란한 눈발 속에서 홍시만한 붉은 무게가 그의 가슴에도 맺혔는지 묻고 싶었다
[바람의 사생활] / 창비시집27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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