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중심을 쏘다 / 신용목

자크라캉 2007. 7. 4. 18:12

 

사진<컴파운드보우동호회>님의 카페에서

심을 쏘다 / 신용목

사수가 한쪽 눈을 감는 것은 과녁을 떠나는 그 영혼을 보지 않기 위해서다

어떤 형벌이 사수의 눈동자 속에
과녁의 동심원을 그렸을까

한 입 어둠을 씹어먹는 허공의 아득한 중심에서

정확히 자신의 죽음을 겨누어 떨어지는, 빗방울
우산은 방패가 아니었다

바람 불 때마다 영혼의 부력으로 뒤집히는 중심의 테두리 그 팽팽한 시간
위에서

빗물이 명중의 제 몸 잠시 허공에 흩어 놓을 때

한 발의 생이 안개처럼 피어 오른다 - 그리하여 저편
영혼으로 과녁을 치는 무지개,

중심을 산 너머에 숨겼으므로
검은  부리로 넘어가는 새가 있다 구름 사이로

누구를 겨누어 저 달은 오늘도, 눈꺼풀을 내려 초점을 잡는 것일까 한쪽
눈을 감을 때마다 보이는

둥글게 갇힌 자신의 영혼 그리고
영원히 외눈인 해와 달

사수는 두 개의 과녁을 노리지 않는다

                     -2007 시작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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