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시인

소영위제(素榮爲題)/이상

자크라캉 2007. 7. 2. 19:18

 

                 사진<소망의 선물을 나누어 주는 사람에게>님의 플래닛에서

 

영위제(素榮爲題) / 李箱

1
달빛 속에 있는 네 얼굴 앞에서 내 얼굴은 한 장 얇은 피부가 되어 너를 칭찬하는 내 말씀이 발음하지 아니하고 미닫이를 간지르는 한숨처럼 동백 꽃밭 내음새 지니고 있는 네 머리털 속으로 기어들면서 모심드키 내 설움을 하나하나 심어가네나

2
진흙밭 헤매일 적에 네 구두 뒤축이 눌러 놓는 자국에 비내려 가득 괴었으니 이는 온갖 네 거짓말 네 농담에 한없이 고단한 이 설움을 곡으로 울기 전에 따에 놓아 하늘에 부어 놓는 내 억울한 술잔 네 발자국이 진흙밭을 헤매이며 헤뜨려 놓음이냐

3
달빛이 내 등에 묻은 거적 자국에 앉으면 내 그림자에는 실고추 같은 피가 아물거리고 대신 혈관에는 달빛에 놀래인 냉수가 방울방울 젖기로니 너는 내 벽돌을 씹어 삼킨 원통하게 배고파 이지러진 헝겊 심장을 들여다 보면서 어항이라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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