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노을 무덤-이성선

자크라캉 2007. 3. 17. 10:51

 

                        사진<꽁지>님의 플래닛에서

을 무덤 / 이성선

 

아내여 내가 죽거던

흙으로 덮지는 말아 달라

언덕 위 풀잎에 뉘여

붉게 타는 저녁놀이나 내려

이불처럼 나를 덮어다오

그리고 가끔 지나가는 사람 있으면

보게 하라

여기 쓸모없는 일에 매달린

시대와는 상관없는 사람

흙으로 묻을 가치가 없어

피 묻은 놀이나 한 장 내려

덮어 두었노라고

살아서 좋아하던 풀잎과 함께 누워

죽어서도 별이나 바라보라고



                 - 이성선시인의 마지막 시집 <산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