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믿음에 공간을 떠나며>님의 플래닛에서
봄 / 권정일
그 곳에는 모든 것이 속달로 온다 빗소리도 한 발 앞서 온다 아침해도 맨 먼저 그 곳에서 깨어난다 실핏줄로 얽힌 골목으로만 이루어진 산동네 막다른 골목, 봄 뒤돌아본다 모든 골목을 부른다 날 선, 봉인된. 아프다 아프다 내지르는, 고무다라이 속 연체된 고지서의 너덜너덜한, 봄을 빌어먹고 사는, 대충가린 방이 담벼락인 골목, 봄은 대문을 밀고 나오는 출근길 신발들을 기억한다 잠깐 늦은 아침 아무 데나 주저앉은 봄볕을 하나씩 줍고 있는 노파 봄은 속수무책이다 저녁 해도 그 곳에서 먼저 사라진다 구불구불한 바람 속으로 벌써 봄,봄 지나간다 통로도 없이 새어나가기만 하는 生. 저 골목이라 해 두자 환한 큰 길, 벚꽃이 악랄하게 피고 있다 -시집 [마지막 주유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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