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위대한 암컷 / 강기원

자크라캉 2007. 3. 1. 21:39

 

                                       사진<미디어다음뉴스>에서

 

대한 암컷 / 강기원

 

 

한때 그녀는 명소였다



살아 있는 침묵

하늘을 낳고 별을 낳고 금을 낳는

신화였으므로

범람하는 강이며 넘치지 않는 바다

빛 없이도 당당한 다산성이었으므로

바람의 발원지

바람을 재우는 골짜기

제왕도 들어오면 죽어야 나가는

무자비한 아름다움이었으므로

요람이며 무덤

영혼의 불구를 치유하는 성소

꺼지지 않는 지옥불 이었으므로

만물을 삼키고 뱉어내는 소용돌이의 블랙홀

곡신(谷神), 위대한 암컷이여



여전히 그녀는 명소다

수 많은 자들의 탐험이 있었으나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은밀한 문




시집 『바다로 가득한 책』(민음사.,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