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오리나무 / 송유미

자크라캉 2006. 11. 3. 17:27

 

사진<유월에 만난 꽃들>님의 블로그에서

 

리나무 / 송유미

 

    이 빌딩에는 어두운 숲을 걸어 다니는 오리나무 한 그

루 산답니다

   뒤뚱뒤뚱.....뒤뚱뒤뚱....건물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

보지 못한 오리 한 마리 삽니다. 五里도 걷지 못해 주저앉

는 정박아의 세월이 그려놓은 집 한 채, 노을을 등에 지고

저뭅니다

   넓은 유리창이 *연경의 사막처럼 쓸쓸하다고 편지를 써

보낸 당신이 오늘 내 몸 속에 가시 많은 장미꽃을 꽂아

두고 사라집니다.

   벽 속에 드라이플라워처럼 말라가는 저 시계는 항상 정

오의 태양을 향해 돌고, 화분에 옮겨 심은 내 생각 속에는

푸른 은어떼가 삽니다.

   나는 내 영혼을 팔아 한 그릇의 밥을 먹기 위해 손가락

아프게 자판기를 두드립니다.

더러 절망은 술병처럼 깨어져 흩어집니다.

   가끔 연민에 싸여 수족관 속에 그리움을 풀어 놓기도

합니다

   푸른빛이 떠도는 이 관 속에 어둑어둑 길 하나 저뭅니다.

   지하 2층 노래방에서 걸어 올라온 먼지들이 더러 잠시

흥얼대다 사라집니다.

 

 

2006년 <심상> 10월호

 

 

<송유미>

-  심상 신인상

-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 시집 「백파를 찾아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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