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월에 만난 꽃들>님의 블로그에서
오리나무 / 송유미
이 빌딩에는 어두운 숲을 걸어 다니는 오리나무 한 그
루 산답니다
뒤뚱뒤뚱.....뒤뚱뒤뚱....건물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
보지 못한 오리 한 마리 삽니다. 五里도 걷지 못해 주저앉
는 정박아의 세월이 그려놓은 집 한 채, 노을을 등에 지고
저뭅니다
넓은 유리창이 *연경의 사막처럼 쓸쓸하다고 편지를 써
보낸 당신이 오늘 내 몸 속에 가시 많은 장미꽃을 꽂아
두고 사라집니다.
벽 속에 드라이플라워처럼 말라가는 저 시계는 항상 정
오의 태양을 향해 돌고, 화분에 옮겨 심은 내 생각 속에는
푸른 은어떼가 삽니다.
나는 내 영혼을 팔아 한 그릇의 밥을 먹기 위해 손가락
아프게 자판기를 두드립니다.
더러 절망은 술병처럼 깨어져 흩어집니다.
가끔 연민에 싸여 수족관 속에 그리움을 풀어 놓기도
합니다
푸른빛이 떠도는 이 관 속에 어둑어둑 길 하나 저뭅니다.
지하 2층 노래방에서 걸어 올라온 먼지들이 더러 잠시
흥얼대다 사라집니다.
2006년 <심상> 10월호
<송유미>
- 심상 신인상
-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 시집 「백파를 찾아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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