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품들

얼음불꽃 / 송유나<제5회 수주문학상 우수상>

자크라캉 2006. 9. 1. 21:35

 

 

                                                      사진<수지>님의 플래닛에서

 

 

제5회 수주문학상 우수상

 

 

 

음불꽃 / 송유나


  부지깽이 끝에 매캐한 연기가 걸려 올라온다. 겨우 입 벌린 한 송이가 되어 엄마곁엔
순산한 셋째 계집애가 누워 있었다. 손가락 다섯,  발가락 다섯, 생식기를 꼼꼼히 살피
고 나서 엄마가 편히 눈을 붙였고,  누룩곰팡이가 아랫목을 따라 끊임없이 기어다녔다.
달그락거리는 배고픔들이 따뜻한 아궁이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밤새  꿈 앞을 서성
대고 있었다. 강이 빈한한 날을 지난다.  부지깽이를 쥔  엄마의 손바닥에서 뜨거운 불
꽃나무가 자란다.  뿌리며 가지며 아궁이  속을 확확 드나들고도  나무는 아직  차갑다.
누이가 몰래 자작시를 보여준다.  그 싯구에 내가 유치한 눈물 훔치다가, 세 번째도 딸,
아빠가 뒤집어 엎은 상을 훔치다가,  이 저녁은 느닷없는 평화속에 끝난다.  강이 투명
하고 가벼운 수의를 입고  강 건너 천안댁 할머니를 부르러 간다.  미역 줄거리가 끓고,
부지깽이를 저으면 화르륵, 엄마들이 일어서다간 도로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