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 백주은

 

 

                              사진<까비>님의 플래닛에서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 백주은



세상이 하 수상하여
도 닦는 기분으로 두문불출,
면벽하다 간만에 집을 나섰더니
거리에서 누가 묻는다.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길에서 마주 서 있는 사람에게
이 무슨 어색한 질문일까.
점잖게 타이르려다 주위를 둘러보니
지금 어디에 계시느냐는 질문과
놀거나 쉬고 있다는 대답들이
그 무슨 시류가 된 듯싶네.

하 수상한 세월 탓에
사람들이 마음을 비워버린 것일까?
주고받는 대화들이 온통
선문답(禪問答)이 아니면 동문서답형이니
시대가 만드는 게 영웅만은 아닌가 싶네.

그래 세월이여 흘러가거라.
풍파여, 부서지거라.
이 몸은 남겠노라, 나의 벽 앞에

 

 

 

1999년 제18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시

 

 

 

 

☆ 프로필

 

 

시인 백주은

 

 

 서울에서 출생.
 이화여고, 서울대학교 농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인간 발달 과정을 수료.
 1981년 MBC 창사기념 공모 단막극 당선.
 1982년 서울신문사 방송평론 공모 당선.
 198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백현선이란 필명으로 단편소설 '어떤 귀향'을 발표하면서 데뷔했으나 단편 '집들이' 등을 발표한 후 문단을 떠남.
 이후 '윤상빈'이라는 필명으로 등 지에 수년간 방송평론을 썼다. 또한 다큐멘터리 대본, 홍보영화 대본과 무용 대본(대표작-1997년 서울시립무용단의 가을 정기공연 '하얀 강')을 집필하는 한편 여성지와 전문지에 백경, 백주은 등의 필명으로 자유기고가로 활동했다.
 여성지 <마이웨딩> 등에서 영화평론을 연재.
 1999년 7월 시집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민음사 간)' 를 발표.
 1999년 12월 김수영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