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품들

함석장이 노인<수주문학상 우수상> / 정철웅

자크라캉 2006. 10. 3. 17:50

 

                         

                           사진<도까꼬가의 소품 천국>님의 블로그에서

 

석장이 노인  /

 

벌교장터 서너 평 좁은 가게

함석장이 노인 하루 온종일 함석을 두드려

만 오천 원짜리 조리 하나 만든다

그는 평생 입보다는 손으로

세상을 향해 말을 걸어온 것이다

오십 년 째 함석 두드리는 소리에

가게는 온종일 귀가 먹먹하다

하루 종일 입을 굳게 다물어야

함석조리가 함부로 새지 않는 것인지

그에게선 말 한 방울 허투루 새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손에 온몸을 얻어맞고

세상으로 나간 단단한 조리들은

제 아래 엎드린 파꽃들이나 상치들에게

몇 년 째 끄덕없이 말씀을 뿌리고 있다

벌교 장바닥에 함석장이 노인

열아홉 나이에 배운 함석일

가르칠 열아홉은 어디에도 없고

온종일 입을 굳게 다문 채 함석을 두드린다

요즘에도 팔리는 만 오천 원 짜리 함석조리를

하루에 한 개씩은 거뜬히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