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도까꼬가의 소품 천국>님의 블로그에서
함석장이 노인 / 정 철 웅
벌교장터 서너 평 좁은 가게
함석장이 노인 하루 온종일 함석을 두드려
만 오천 원짜리 조리 하나 만든다
그는 평생 입보다는 손으로
세상을 향해 말을 걸어온 것이다
오십 년 째 함석 두드리는 소리에
가게는 온종일 귀가 먹먹하다
하루 종일 입을 굳게 다물어야
함석조리가 함부로 새지 않는 것인지
그에게선 말 한 방울 허투루 새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손에 온몸을 얻어맞고
세상으로 나간 단단한 조리들은
제 아래 엎드린 파꽃들이나 상치들에게
몇 년 째 끄덕없이 말씀을 뿌리고 있다
벌교 장바닥에 함석장이 노인
열아홉 나이에 배운 함석일
가르칠 열아홉은 어디에도 없고
온종일 입을 굳게 다문 채 함석을 두드린다
요즘에도 팔리는 만 오천 원 짜리 함석조리를
하루에 한 개씩은 거뜬히 만들고 있다
'수상작품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래여자 / 김혜순 (0) | 2006.11.10 |
---|---|
질경이의 꿈<수주문학상 당선작> / 임경묵 (0) | 2006.10.03 |
동굴탐사<수주문학상 우수상> /박기동 (0) | 2006.10.03 |
얼음불꽃 / 송유나<제5회 수주문학상 우수상> (0) | 2006.09.01 |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 백주은 (0) | 2006.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