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이제, 나는 / 김종미

자크라캉 2006. 8. 20. 20:17

 

 

                                         사진<백두대간>님의 블로그에서

제, 나는/김종미

 

 

   한 그루 나무처럼 나는 오랫동안 서 있었다 나는, 잎사

귀마다 생각이 고여 너무 무거워졌다. 나는, 그리고 여름

은 너무 끔찍했다 바람이  내 무거운 생각을 뒤집고 뒤집

을 때도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요즈음 내가 서 있는 산중

턱까지도 아파트가 올라오고 개들도 등산을 온다 커튼이

드리운 아파트는 너무 호화로웠고 발톱까지 깎은 개들은

 너무 깨끗하였다  이젠 아무도 개 같은 세상이라고 욕하

지 못한다 이 시대에 개 같은 세상은 너무 통속적으로 아

늑하다 가을이 오기 전에 차라리 너의 개이고 싶다 나는,

아파트 그늘엔 겨울이 더  일찍 온다 그래도 겨울은 축복

이다 민망하게 얼룩덜룩해진 생각들을 모두 떨어뜨려 버

렸다 나는, 내 생각은 다만 뿌리를 닮았다 이제 발자국을

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꽃이 피기 전에

 

 

 

 

시집 『새로운 취미』(2006, 서정시학 刊) 중에서

 

 

 

 

 ☆ 프로필


 

시인 김종미

 

 

1957년 부산에서 출생.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와사상』 편집장을 역임.

 시집으로 『새로운 취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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