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강아지 / 문정희
고승을 만나러
높은 산에 가지 마라
상에서 가장 낮은 산그늘 아래
새로 눈뜨는 햇살을 들추면
거기 은빛 머리 부드러운
고승들 무더기로 살고 있다
조만간 바위 암자처럼 곁에 두고
얼었던 상처 맑은 물로 풀어 편안한 뿌리
살랑살랑 마음으로 흔들며
솜털이 즐거운 고승들
거기 무더기로 살고 있다
-시집 《오라, 거짓 사랑아》(민음사, 2001/9)
버들강아지의 어떤 면을 고승이라 칭했을까??? 외견상으로 보면 “낮은 산그늘 아래”서 “바위 암자”를 곁에 두고 산다는 것과 버들강아지 솜털이 하얗게 깎은 스님의 머리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주로 하얀색이니 흰머리 고승이라고 불러주는 것이다.
외견의 비슷한 점말고 내면의 모습도 그려내고 있는데, “얼었던 상처 맑은 물로 풀어 편안하게 살랑살랑 마음”을 움직이게 해 준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이 한 구절로도 사실 고승의 풍모를 다 갖추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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