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버들강아지 / 문정희

자크라캉 2006. 4. 24. 19:24

들강아지 / 문정희





고승을 만나러

높은 산에 가지 마라

상에서 가장 낮은 산그늘 아래

새로 눈뜨는 햇살을 들추면

거기 은빛 머리 부드러운

고승들 무더기로 살고 있다

조만간 바위 암자처럼 곁에 두고

얼었던 상처 맑은 물로 풀어 편안한 뿌리

살랑살랑 마음으로 흔들며

솜털이 즐거운 고승들

거기 무더기로 살고 있다


-시집 《오라, 거짓 사랑아》(민음사, 2001/9)




들강아지의 어떤 면을 고승이라 칭했을까??? 외견상으로 보면 “낮은 산그늘 아래”서 “바위 암자”를 곁에 두고 산다는 것과 버들강아지 솜털이 하얗게 깎은 스님의 머리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주로 하얀색이니 흰머리 고승이라고 불러주는 것이다.


외견의 비슷한 점말고 내면의 모습도 그려내고 있는데, “얼었던 상처 맑은 물로 풀어 편안하게 살랑살랑 마음”을 움직이게 해 준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이 한 구절로도 사실 고승의 풍모를 다 갖추었다고 하겠다...




 

 

          문정희 시인

1947년 전남 보성 출생

동국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서울여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196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꽃숨》 자가본 1965

《문정희시집(文貞姬詩集)》 월간문학사 1973

《새떼》 민학사 1975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 문학예술사 1984

《아우내의 새》 일월서각 1986

《그리운 나의 집》 예전사 1987

《찔레》 전예원 1987

《우리는 왜 흐르는가》 문학사상사 1987

《하늘보다 먼 곳에 매인 그네》 나남 1988

《꿈꾸는 눈썹》 신원문화사 1990

《어린 사랑에게》 미래사 1991

《별이 뜨면 슬픔도 향기롭다》 미학사 1992

《남자를 위하여》 민음사 1996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다》 중앙M&B 2003

《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민음사 2004

수필집

《사색의 그리운 풀밭》 자유문학사 1986

《사랑과 우수의 사이》 심지 1986

《사랑이 열리는 나무 여학생사 1987

《우리 영혼의 암호문 하나》 문학사상사 1987

《젊은 고뇌와 사랑》 문음사 1987

《우리 영혼의 고뇌와 사랑》 문학사상사 1988

《우리를 홀로 있게 하는 것들》 문학세계사 1988

《날개를 자르고 날아가라 한다》 답게 1993

현대문학상(1975), 소월시 문학상(1996),

정지용 문학상(2004)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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