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선사시대 앞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장무령

자크라캉 2006. 4. 7. 15:55

 

 

 

 

사시대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다

 

                                             장 무 령

 

 

선사시대 앞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어둔

동굴 벽에 새긴 유성이 흐르는 자리

청동의 칼로 성호를 긋고

돌화살촉에 찍어 색 바랜 천장에 붙여 논

수풀 사이 날개를 퍼덕이는 새 떼들

빗살무늬 사금파리를 훔쳐 나오는 꼬마야

정숙한 엄마의 손을 잡고 철기시대를 지나

고구려 백제 신라 손에 꼭 쥔 붉은 풍선에 가득

부풀리며 뒤돌아보지 말길, 나는 기다린다

이끼 낀 기다림의 밑동으로

박물관 벽 유리를 밀고 다가오는 오후의 햇살

어긋난 물길마다 뜸을 놓고 가끔 열리는 물길에

입술을 대는 청동의 그녀 들소의 목을 따면

솟구치는 털투성이 사내들 그녀의

목 팔 다리를 품고

맹수와 맞서는 들판

사방에 늘어만 가던 돌무덤

퇴실 시간을 알리는 경비원의 재촉 소리에 쫓겨

중앙박물관 앞 털투성이 사내들의

돌무덤 열어 보면 세종로통

대형 멀티비전에 가득한 그녀의

목 팔 다리 냄새

 

 

-장무령-

 충남 홍성 출생

 1999년『작가세계』로 등단

 처녀시집

<선사시대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다>(애지, 2006년 1월 27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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