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다
장 무 령
선사시대 앞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어둔
동굴 벽에 새긴 유성이 흐르는 자리
청동의 칼로 성호를 긋고
돌화살촉에 찍어 색 바랜 천장에 붙여 논
수풀 사이 날개를 퍼덕이는 새 떼들
빗살무늬 사금파리를 훔쳐 나오는 꼬마야
정숙한 엄마의 손을 잡고 철기시대를 지나
고구려 백제 신라 손에 꼭 쥔 붉은 풍선에 가득
부풀리며 뒤돌아보지 말길, 나는 기다린다
이끼 낀 기다림의 밑동으로
박물관 벽 유리를 밀고 다가오는 오후의 햇살
어긋난 물길마다 뜸을 놓고 가끔 열리는 물길에
입술을 대는 청동의 그녀 들소의 목을 따면
솟구치는 털투성이 사내들 그녀의
목 팔 다리를 품고
맹수와 맞서는 들판
사방에 늘어만 가던 돌무덤
퇴실 시간을 알리는 경비원의 재촉 소리에 쫓겨
중앙박물관 앞 털투성이 사내들의
돌무덤 열어 보면 세종로통
대형 멀티비전에 가득한 그녀의
목 팔 다리 냄새
-장무령-
충남 홍성 출생
1999년『작가세계』로 등단
처녀시집
<선사시대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다>(애지, 2006년 1월 27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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