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카스트로는 동지였는가

자크라캉 2006. 3. 18. 00:16

4. 카스트로는 동지였는가

(사진/게바라 총상을 배경으로 연설하는 카스트로. 볼리비아에 갇힌 게바라 에 대한 지원을 철회해 결국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게바라의 죽음에 카스트로는 과연 무관한가.

게바라 사망 30돌을 맞아 쿠바 정부가 그에 대한 대대적인 추모행사를 준 비하는 가운데 “게바라의 죽음에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와 그 진위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게바라가 살해된 직후 카스트로 의장은 반드시 게바라와 그 부하들을 찾 아 쿠바로 데려 올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이 약속을 지켰다 . 국내로 돌아온 게바라는 일정 부분 쿠바에서 ‘통합이데올로기’ 구실 을 했다. 아바나의 거리에서 쿠바인들이 외치는 “게바라와 함께”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 제국주의에 맞서 혁명을 추구 했던 게바라가 현재 미국의 봉쇄로 고통받고 있는 쿠바의 경제상황에 비 춰볼 때도 게바라의 상징성이 매우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멕시코 정치학자인 요르게 카스타네다는 최근 발표한 게바라 전기 <붉은 삶>에서 소비에트연방이 쿠바에 압력을 가해 볼리비아에 있는 게바 라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게 함으로써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카스타네다는 67년 소련은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 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고 당시 국제정세를 설명한다. 이미 미국과 소련 은 62년 ‘쿠바사태’로 한바탕 전운을 피운 적이 있었으나, 소련은 그뒤 데탕트쪽에 무게를 두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소련은 미국이 텃밭 으로 여기는 남미에 ‘분란을 일으키려는’ 게바라를 곱지 않게 봤다는 것이다. 소련은 게바라를 구조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결성한 카스트로에게 압력을 넣어 이 부대를 해산하게 만들었다는 게 카스타네다의 주장이다. 결국 외부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게바라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의 지휘를 받은 볼리비아군에 의해 사살된다.

이런 주장은 러시아로부터도 나오고 있다. 지난 9월4일 <모스크바 뉴스> 도 전 KGB 관계자의 말을 빌려 ‘게바라의 죽음과 소련의 관계’에 대한 보도를 했다. 당시 남미에서 활동하던 KGB 요원인 니콜라이 레오노프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소련이 카스트로 뿐 아니라 볼리비아공산 당에도 게바라를 지원하지 않도록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물론 쿠바 정부는 이런 주장들을 모두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외신들은 쿠바 정부가 게바라 를 더욱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옛 소련 붕괴 뒤부터라고 지적해 이런 의혹에 무게를 실어주 고 있다. 만일 카스타네다와 <모스크바 뉴스>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미 지금의 카스트로 는 지난 59년 게바라와 같이 혁명을 논하던 그 카스트로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