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게바라를 두 번 죽이지 말라

자크라캉 2006. 3. 18. 00:22
본문스크랩] 2. 게바라를 두번 죽이지 말라 | 메모 삭제 2006/03/18 00:20   
출처 : 김용식 문학서재

2. 게바라를 두번 죽이지 말라

(사진/체 게바라를 상징하는 기념품들. 거대기업들이 게바라 상품화에 나서면서 게바라의 정신을 흐려놓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체 게바라 열기가 확산되면서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서구자본의 움직임이 극성이다. 하지만 게바라를 마케팅포인트로 삼는 서구자본의 움직임은 게바라의 ‘혁명정신’을 오히려 희석시킨다는 점에서 뜻있는 사람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사실 게바라를 기념하기 위한 상품은 이전부터 쿠바를 중심으로 만들어져 왔다. 티셔츠나 추모 배지, 베레모 그리고 목각인형이나 포스터, 흑백사진집 등은 쿠바의 관광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것들이다. 또 사망 30돌인 올 들어서는 <체 게바라-혁명적 삶>이나 <붉은 삶> 등 3종의 전기가 영어와 스페인어 등으로 출판됐다. 또 전세계에서 편지모음이나 추모집 등 그에 대한 다양한 서적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체 게바라 관련 영화가 제작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높은 상품가치로 화할 수 있는 이런 대중적 관심을 놓칠 자본이 아니다. '게바라 열기'가 높아지면서 서구기업의 광고에 게바라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96년 스위스의 시계회사가 자사 시계에 체 게바라를 새겨넣었을 때만 해도 튀는 발상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러나 곧이어 영국의 한 맥주회사는 상표를 ‘체’로 정한 맥주를 출시했다. 또 오스트리아의 스키전문업체 피셔는 이미지광고에 게바라의 얼굴을 커다랗게 집어놓고선 “스키혁명을 하는 피셔”를 선전해댔다.

일부에서는 쿠바나 볼리비아 정부도 추모열기를 이용해 게바라를 상품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게바라를 처형한 볼리비아에서 현재 추진중인 ‘게바라 성지순례’도 볼리비아 정부가 뒤늦게 게바라에 대한 상품가치를 발견하고 ‘장삿속’으로 내놓은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들 자본은 전세계 사람들의 게바라에 대한 본능적인 이끌림과는 무관하게, 90년대 들어 게바라 열풍에 편승해 ‘문화상품’으로 게바라를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스위스 시계회사의 ‘체’ 시계나 영국 맥주회사의 ‘체’ 맥주에서 알 수 있듯, 이들 자본이 게바라를 “대단히 현대적이고 한창 유행중인 90년대적인 감성”으로 한껏 부풀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광고업자는 “우리는 그의 이념 따윈 필요없다. 그의 반항적인 이미지와 얼굴만이 관심의 대상이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일련의 게바라 상품화에 대해 아바나의 로드리게스(교사·36)는 “ 지금까지 만들어진 체 게바라 기념상품은 그를 기리기 위한 소박한 상징 물이었다”며 “그러나 거대기업들이 상품화하면서 그의 정신까지도 팔아 먹는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미국 샌디에이고의 심리학자 레온 파헤르만은 게바라를 따르는 사람과 마이클 조던을 숭상하는 사람의 차이를 지적하며 그 위험성을 이 렇게 경고한다. 그에 따르면, 조던 숭배자는 그가 조던을 따른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단지 나이키 운동화를 사는 것으로 족하다.

그러나 게바라 숭배자는 다르다. 게바라를 따르고자 하는 사람은 그가 싸웠던 어떤 것을 ‘자기화’하기 위해 힘쓴다는 게 이 심리학자의 분석이다. 그러나 최근 자본은 게바라의 삶을 “인간이 또다른 인간을 억압하는 '그 무엇'에 대해 근본적으로 저항하고자 했던 한 인간의 삶”에서 “ 단지 저항의 이미지를 가진 인물”로 포장해버렸다. 이에 따라 점차 게바라와 조던간의 차이성은 희석돼버리는 것이다.

‘60년대 대중문화 중 약탈되지 않은 마지막 상징’인 게바라가 이제 서서히 현대 상업주의의 약탈대상이 되고 있다.

브레멘=최우성 통신원 아바나=김상준/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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