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목어木魚 - 심은섭

자크라캉 2022. 9. 24. 01:02

 

 

 

어木魚

 

 

심은섭

 

 

 

너의 전생은 살구나무였다 몸속 내장을 다비우고

오랜 수행 끝에 물고기가 되었다 그러므로

이 순간에도 뜬 눈으로

허기진 맹수처럼 울어야 한다 아니다 오직

가마솥의 사골이 우러나는 것처럼 울어야 한다

 

그러할 때

 

지친 강물들이 발맞추어 바다에 도달할 수 있고

황금빛 정장을 한 태양이 밤을 몰아낸다

천둥소리로 울어야 한다

그렇게 울지 않으면 저녁 들판의 허수아비들이

천년의 잠 속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북극의 빙하가 갈래지는 소리로 또 울어야 한다

한낮, 우박의 습격으로 생이 무너진 배추잎들이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매고, 태풍에

정신을 잃고 깜빡이는 신호등이 깨어날 수 있다

아니다

 

길거리에서 저렴하게 매매되던 나의 낡은 영혼이

새벽처럼 깨어날 수 있다

 

 

 

-출처 : 2022년 계간지 동안가을호 발표

 

 

 

                                                                                        심은섭 시인

악력-심은섭

 

- 2004 심상으로 등단

- 2006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 시집,  K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2009),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2021) 외

- 평론집,  한국현대시의 표정과 불온성(2015). 상상력과 로컬시학(2021) 외  

- 2008 1 5,18문학상 수상

- 2022 22회 박인환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