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다초리의 숲속 여행〉님의 블로그에서 캡처
벽오동
심은섭
겨우내 뇌허혈증을 앓으며 신음했다 그 소리는 회향의 해로를 잃어버린 물개울음소리보다 더 무겁게 저음으로 들려왔다 처음엔 무녀의 은방울소리로 나는 알았으나, 12월의 완강한 얼음을 깨는 에밀레종소리였다
태양이 수혈을 중단하고 그의 입술을 갈탄처럼 검게 태웠다 하지만 이 땅의 수많은 일회용품들은 그를 위해 한 줄의 묵주신공을 바친 적이 없었으나, 그는 성찬의 전례를 위해 검투사의 눈빛으로 꽃을 피워냈다
유월이 되어 황색의 영혼을 지상으로 모두 내다버린 컴컴한 한 그루의 어둠으로 그를 기억했으나, 슬픔이 전송된 e메일조차 열어볼 패스워드가 없는 일개미들에게 내어줄 푸른 생살을 찢어 그늘을 짜고 있었다
*2017년 『시사사』 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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