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sarang ↔착한사슴 〉님의 블로그에서 캡처
아버지의 여자
심은섭
그는 달빛소나타를 연주하는 악기였다 열여덟 살을 통과하지 못한 목련꽃이었다가, 명품 화장품으로 얼굴을 가린 초승달이다가, 한 사내를 조폐공사로 착각하는 형광등이었다가, 오전에 시작한 통화가 개밥바라기별이 떠올라야 끝내는 홈쇼핑 쇼호스트,
분열을 시작한다 흰 이빨로 덤벼드는 보릿고개를 이단옆차기로 무너뜨리는 여자, 그의 가슴을 짓이겨도 기어이 내 이름을 기억하는 인주밥 같은 여자, 법률가들이 하얀 양심을 증명해 준 여자, 저녁노을이 이마로 숨어들어도 못 본체하는 여자, 지금은
천만근의 나의 업을 올려놓아도 가라앉지 않는 섬이다 아니다 빈 터널을 빠져나간 완행열차의 기적소리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천둥소리에 흰머리를 풀어 천상의 계단을 닦는 여자, 1m가량 서쪽을 남겨놓은 석양인줄 알면서도 립스틱을 짙게 바르는 여자
-2017년, 〈부모님을 그리는 시 111선〉 발표 / 백교문화선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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