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누드와 거울-심은섭(평창문학 제27집)

자크라캉 2016. 7. 22. 17:22

 

 

 

사진 : 연합뉴스 | 입력 2010.11.21. 16:39 일자에서 캡처

 

 

와 거울

 

심은섭

 

 

돌아누우면 새벽이다 배를 깔고 누웠던 밤 12, 거울 앞에 선다 등 뒤엔 원죄를 묻어 놓은 에덴동산이 보인다 한 마리 뱀이 지나간다 파문이 몰려 올 것이다

 

누드는 캄캄한 내 안의 하얀 그림자다

누드는 링거액이 꽂힌 혈액종양외과의 6인 병실이다

누드는 목판으로 찍어낸 편종소리다

아니, 토마토 아래의 크리스털 접시다

누드는

 

양떼구름 맛이고 천사가 가득 채워진 일회용 손거울이고 딸들이 떠난 긴 골목이고 맨발로 걷는 비누다 알 수 없는 상형문자로 내리던 눈이고 내 손을 빠져나간 히피족이고 아니, 거울에 갇힌 섣달 오후의 햇살 맛이다

 

누드는 눈썹과 발등 사이에서 정지된 유쾌한 눈물이다

누드는 허무의 원을 그리는 프로펠러다

누드는 부루카 속에 무수히 떠있는 여인의 푸른 눈이다

아니, 12월과 1월 사이의 13월이다

누드는

 

죄목판자 목에 건 수녀의 고단한 미소와 저음에서 저음으로 걸으며 암스테르담 홍등가로 떠난 입양아의 눈물이다

 

 




-2016년 <평창문학> 제27집에 재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