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석궁 김명호- 사법정화 시위의 진실>님의 카페에서
구름세탁소 /
대관령 산기슭, 울타리 없는 집 마당에 새하얀 빨래를 널어놓고 삽니다 뻐꾸기와 종달새가 우리 집을 물고 날아다니는 앞산에 구름이 하얗게 피어오르는 오늘 같은 날엔 산도 종잇장처럼 얇아져서 날아다닙니다
날아다니는 종이에, 종달새가 재빨리 적습니다 산더미 같은 인생은 이곳으로 가져오세요 어떤 찌든 때도 하얗게 세탁해 드립니다 - 구름 세탁소-
산 아래 뉴스를 물어 나르는 TV도, 지지직거리는 지상의 방송국보다 은하수방송국이 더 가까운 곳 이 마을은 새와 꽃이 사람들보다 똑똑합니다 종달새 지저귀면 보리 베고 뻐꾸기 울면 깨 심으며 삽니다 나는, 구름 세탁소 종업원
뻐꾸기와 종달새와 빨래를 하며 삽니다 빨래가 마르는 동안 나는 헛간처럼 앉아 하모니카를 붑니다 사랑도 그대도 새하얗게 지워진 구름은 저 혼자 돌아다니며 잘 마릅니다
출처 : 2010년,『현대시』, 10월호
[약력]
- 2004년『현대시학』으로 시인등단
- 2009년『불교신문』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 2011년『조선일보』신춘문예 동시부문 당선
- 현재 강릉왕산초등학교 도서관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