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프로작가와 사진교실>님의 카페에서 캡처
예스맨 / 신미균
집이 날아갔다
오, 예
새도 아닌데
새는 날아가는 것도 보이지만
집이 날아가는 것은 보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날아갔다
천둥 번개 치지 않았고
회오리바람 불지 않았는데
오, 예
한 마디에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갔다
창도 뒤란도 우물도 있고
담쟁이 벽을 타고 올라가던 집이
날아가다니
같이 살던 하얀 토끼들도
돌들도 바퀴벌레들도
다 날아가다니
거절 못하는
오, 예
날아간 집을
어디서 찾아야 되나
남의 집 헛간에서
빗방울이 동그랗게
인간도장 찍으며
사라지는 것을
하염없이 보던 아버지는
오, 예
집 뒤 축대 위로 올라가
아직까지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남에게 거절 못하는
오, 예
출처 : 월간『현대시』, 201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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