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예스맨 / 신미균

자크라캉 2011. 2. 19. 00:48

 

사진<프로작가와 사진교실>님의 카페에서 캡처

 

 

 

스맨 / 신미균

 

 

집이 날아갔다

오, 예

새도 아닌데

 

새는 날아가는 것도 보이지만

집이 날아가는 것은 보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날아갔다

천둥 번개 치지 않았고

회오리바람 불지 않았는데

오, 예

한 마디에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갔다

 

창도 뒤란도 우물도 있고

담쟁이 벽을 타고 올라가던 집이

날아가다니

같이 살던 하얀 토끼들도

돌들도 바퀴벌레들도

다 날아가다니

거절 못하는

오, 예

 

날아간 집을

어디서 찾아야 되나

 

남의 집 헛간에서

빗방울이 동그랗게

인간도장 찍으며

사라지는 것을

하염없이 보던 아버지는

오, 예

집 뒤 축대 위로 올라가

아직까지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남에게 거절 못하는

오, 예

 

 

출처 : 월간『현대시』, 201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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