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흙돌 심재방시인>님의 카페에서
voyant / 김춘수
시인은 본다. 무엇인가
길바닥에 팽개치고
구둣발로 짓밟고 갈 때에도
본다.
그것이 생시인가 꿈인가 하고
네 입술에서
女神을 본다. 눈뜨고 보고
눈감고도 본다. 해와 달
낮과 밤을
《현대시학》2004년 8월호
[감상]
타계하신 김춘수 시인의 마지막 발표시인 것 같다. ‘voyant’은 ‘브와이양’이라고 발음되는 불어로, 명사로 쓰일 때는 ‘예언자’라는 뜻이다. 생시와 꿈 그 너머에까지 시인의 시선은 걸쳐 있으며, 눈 뜨고 있으나 감고 있으나 보이는 ‘해와 달/ 낮과 밤’은 끝끝내 발견에 노력하는 시인의 의지와 같은 것이다. 어쩌면 상처투성인 모진 육체의 끝을 예감하고 진정한 시인됨을 마지막으로 예언하신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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