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주화실>님의 카페에서
구성동九城洞 / 이진명
구성동은 정지용 시인의 시이다
구성동 시를 좋아하여 책상 위에 수년 붙여 놓고 지낸 적 있다
골짝에는 유성이 묻히고
황혼에 누리가 소란히 싸이기고 하고
꽃도 귀양 살고
절터였더랬는데 바람도 모이지 않는다는 구성동
산그림자 설핏하면 사슴이 일어나 등을 넘어간다는
구성동을 나중에야 알게 됐는데
금강산 골짜기에 있는 동네라는 것
금강산 못 가보고, 가볼 수 없고
그래서 사슴이 일어나는 구성동 더욱 모르고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구성동이 폐허라는 것
길 끊어진 곳이라는 것
사람 그림자라곤 비치지 않는 유계 같은 곳이라는 것
그러니까 캄캄한 곳
절해고도 같은 곳
죽은 줄 알고 눈 감은 채 눈뜬
벼랑 끝
원고마감에 시달리는 이 한 달여
컴퓨터 앞에 앉아 졸며 깨며를 거듭하다 괴로워
마음의 고향 구성동 가고 싶은데
구성동 가 울고 싶은데
벌떡 일어나 구성동 다시 찾아봐야겠다고
시 끊어진 황폐한 곳
아무도 도우러 오지 않는 곳
체념하듯 컴퓨터 앞에서 떨어져
책상 귀퉁이에 박아 놓은 언제 읽을지 말지 모를
일본어 문고본을 괜히 집어들었다
‘파계와 남색의 불교사’
이런 것이 내 시런가
내 구성동이런가
파계와 남색과
남의 나라 불교사 같은 거나 모여드는
으흐흐 웃기는 천한 나의 구성동
2010년《문장웹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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