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좋은글 행복나눔터/행복지기동산>님의 카페에서
[2010년 『시와세계』 상반기 신인상 시부분 당선작]
철학은 돼지다 / 양승림
한 음식점 앞에 번호표를 든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저렇게 나도 죽은 짐승의 내장 한 그릇에 열광해 봤으면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보쌈을 시켰는데
족발이 나오는 경우도 가끔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숟가락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로만 입을 실룩거리며
침묵했다
그 이유는 나도 모른다
화가 나기엔 이 집 간판은 너무 늙었고 어쩌면 우리는
돼지만큼 알지 못한다
그저 누군가 나 대신 보쌈을 먹어주면 되는 것이다
더구나 이 집 족발은 펜촉을 닮았고 역겨운 계피향이 난다
잡내를 잡으려다 결국 또 다른 잡내를 끌어들인 셈이다
족발과 우리들 사이에 끼어든 새우젓처럼 우리들의
맨끝줄이 가마솥안에서 물렁물렁 익어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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