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부동산카페마당>님의 카페에서
저 여자 / 오규원
좁은 난장의 길을 오가며 한 시간씩이나
곳곳을 기웃거리는 저 여자
월남치마를 입고 빨간 스웨터를 걸치고
한 손에 손지갑을 들고 한 손으로
아이들의 내복을 하나하나 들었다 놓았다 하며
이마에 땀을 흘리는 저 여자
시금치 한 단을 달랑 들고 그냥 가지도 오지도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 저 여자
임신복을 둘러 입고 배를 디룩거리며 정육점의
돼지갈비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저 여자
돼지갈비집에서 얻은 뼈다귀를 재빨리 비닐 봉지에
쓸어 담아 뒤돌아보며 가는 저 여자
양장점 앞을 피해가는 저 여자
청바지를 입고 맨발로 슬리퍼를 끌고 나와
발뒤꿈치가 새까맣게 보이는 저 여자
간이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눈을 내리깔고
순대를 먹고 있는 저 여자
한 귀퉁이에 서서 이곳 사람이 아니라는 듯
초조하게 먼 하늘을 보고 있는 저 여자
질퍽거리는 난장의 길 위로 타이탄 트럭에
싸구려 화분을 잔뜩 싣고 온 꽃장수의
치자꽃이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척 척 향기를
사방으로 풍기는
흐린 어느 봄날
...............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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