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시

소주병 / 공광규

자크라캉 2009. 9. 15. 17:56

 

                                           사진<각남26>님의 카페에서

 

 

주병 / 광규

 

 

 

소주병은 술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

속을 비워 간다

 

받기만 하는 소주잔은

잘 닦여 청결한 찬장에서 쉬지만

소주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계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출처 : 시집『소주병』, 실천문학사, 2004.

 

 

[약력]

- 1960년 충남 청양에서 출생

-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 1986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 시집 <대학일기>,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지독한 불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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