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각남26>님의 카페에서
소주병 / 공광규
소주병은 술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
속을 비워 간다
받기만 하는 소주잔은
잘 닦여 청결한 찬장에서 쉬지만
소주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계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출처 : 시집『소주병』, 실천문학사, 2004.
[약력]
- 1960년 충남 청양에서 출생
-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 1986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 시집 <대학일기>,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지독한 불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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