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비염 아토피 알레르기 성장 코아한의원>님의 블로그에서
동대문 접골원 / 전형철
사대문의 결계를 따라 걸어요
머릿속에 털뭉치를 키운 절지동물들이
빗방울 맺힌 소인을 하늘에 대고 찍어요
먼 곳에서 물어 왔어요
끊어진 소식이나 어긋난 인연, 무너진 성벽
알을 잃은 가로등
듬성듬성한 마디들에게 들었지요
별을 더듬으면 뭇별,
조무래기 힘줄 길을 잡아 주면
별자리의 이름이 되나요
땅 밑으로 손을 집어넣었나 봐요
산맥의 뼛조각들이 빠드득
들썩이는 소리가 들려요
하늘에도 바닥이 있나요
목발을 짚지 않았는데 새들에게 소리가 나요
귀를 막아도 결절은 소리가 있고
눈이 멀어야 혈맥도 잡힌다지요
접골목은 시누대
꽃이 피었으니 이제
아문 기억은
도시의 나선 은하 속으로 빨려 들겠죠
바람의 끄트머리, 즐비한
나무 뼛조각들 사이로
간판이 깁스 없이 붙어
- 2008년 [서정시학] 가을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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