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어리목의 자료창고>님의 블로그에서
구름부족들 / 서영처
구름부족은 구름냄새를 피운다 구름부족은 내 이불 속으로 시 속으로 함부로 드나든다 구름부족은 유목민, 국경을 넘나드는 무국적자들, 족장은 부족들을 거느리고 바람과 태양이 다스리는 붉은 강의 골짜기에 머무르고 있다 천막 아래 피리소리 울리고 살찐 양떼구름이 흩어져 풀을 뜯는다 빛살도끼를 휘두르는 부족의 전설은 강을 따라 흘러내려 늑대들도 양 떼 근처에 얼씬거리지 못한다 부족의 기원은 거룩한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나기와 뭉게, 새털, 장막, 조개, 구름혈족의 내력은 일일이 헤아릴 수 없지만 그들 상징과 은유는 수많은 두루마리에 기록되어 있다 마술을 부리는 부족이 안개를 흩어 유서 깊은 마을을 휩싼다 마을이 고립된다 사라진다 구리빛의 늙은 카우보이가 구름평원을 달린다 구름보다 빨리 구름보다 자유롭게, 구름 평원에 빛의 신지화성이 울려 퍼진다 멕시코 선인장에 붉은 꽃이 피고 카우보이는 구름부족으로 귀화한 자들의발자국을 모아 저녁 지을 땔감으로 쓴다 모닥불 타오르는 밤, 구름부족은 광활한 평원에 방랑을 꿈꾸는 시인의 책을 완성한다
2009년 「작가세계」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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